28대 이화의대 학장의 첫번째 편지
이화, 한국 최초의 여성 의학교육이 시작된 곳.
이제, 혁신적 연구 네트워크와 교육으로 글로벌 의료를 선도하다.
사랑하는 학생들과 존경하는 교수님. 그리고 이화의 전통과 가치를 계승해 주시는 동문과 직원 여러분께.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의 28대 학장으로서 여러분께 첫 인사를 드립니다. 이렇게 편지를 통해 마음 전할 수 있어 매우 기쁘면서도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은 한국 최초로 여성 의학교육이 시작된 곳입니다. 저는 138년 전에 이름도 낯선 조선이란 작은 나라를 찾아와 보구녀관(普救女館)을 설립하고 교육, 진료, 선교에 헌신하던 여성 의료선교사의 마음을 생각해보곤 합니다. '최초'라는 역사적 의미도 간과해서는 안 되지만 이보다 더욱 소중한 것은 이화를 세운 정신과 가치, 즉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아픈 사람을 돕는 나눔과 섬김, 또 교육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새로 지은 좋은 건물, 첨단의 시설, 최고급 제품이 그런 것입니다. 반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고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 있습니다. 훌륭한 의료인을 키워내는 것, 미래 의학의 씨앗인 의학 연구, 최고의 전문성과 경험처럼 오랜 시간의 축적만이 이룩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이화가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은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선진국조차 부러워하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지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의학교육의 일시적인 지연과 혼란, 의료 인력의 적정한 수급과 필수 의료 분야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임상 교수님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진료실과 병동에서 24시간이 모자랄 정도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의료계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우리 이화의대는 슬퍼하거나 불평만 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미래 의료계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고, 연구를 통한 의료 혁신이라는 엄중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정규 의학교육이 잠시 멈췄던 2024년에도 이화의대만의 다양한 학생교육과 교수 연구지원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저는 이화의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신임 학장으로서 올해의 주력 사업목표를 다음과 같이 계획하고 있습니다.
첫째, 어떤 환경에서도 지속가능한 이화의 의학교육 체계를 구축하는 일. 둘째, 맞춤형 교수 연구역량 지원 및 연구 협력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 셋째, 수준 높은 국제 교류의 확대 및 구체화를 통하여 이화의 글로벌 의료 리더십을 키우는 일.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몇몇 사람만의 힘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네번째 목표로 소통과 협력을 통행 함께 성장하는 이화의대 공동체를 만들고자 합니다. 대학의 직원, 연구진, 교수님들께서 서로의 역할과 가치를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문화를 확고히 정착시켜, 모든 분이 자부심을 가지고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변함없는 신뢰와 애정을 보내주시는 동문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더욱 더 귀 기울이고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우리 의과대학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여러분 덕분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 또한 여러분에게서 나올 것입니다. 글로벌 명문 사학으로서 여성의료인 교육의 선도적 역할을 해온 우리 이화의 의과대학이 "이제 일어나 빛을 발하라."는 성경의 말씀(사 60:1)대로 이 시대의 빛이 되길 소망합니다.
누구보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사랑하는 학생들에게도 당부합니다. 우리의 공부와 연구는 사회 현실과 동떨어진 상아탑을 쌓는 일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매일 마주치는 아픈 사람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일시적인 학업 중단과 지연이 있지만 이 와중에도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즉 여러분이 이화의대에 입학하면서 품었던 "큰 뜻"과 이를 이루기 위해 익혀왔던 "좋은 습관"을 유지하는 일에 계속 애쓰시기 바랍니다. 이 두 가지는 인생의 어떤 혼란에서도 여러분을 지켜줄 방패가 될 것입니다.
학장실은 늘 열려있습니다. 언제라도 방문하셔서 이화여대 의과대학의 도약을 위한 여러분의 의견, 마음과 응원을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장 강 덕 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