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한국의학도수필공모전
대상 수상, 김민영 학생
‘라이트모티프’ 인터뷰

제14회 한국의학도수필공모전에서 본교 의학과 4학년 김민영 학생이 <우리가 나눈 라이트모티프>를 주제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하였다. 한국의학도 수필공모전은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하고 한국의사 수필가협회가 주관하였으며, 어려운 의료계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감과 치유를 주제로 24편의 수필작품이 접수되어 엄정한 심사를 거쳐 9편의 수상작이 선정되었다. 김민영 학생은 2021년에도 한국의학도수필공모전에서 <소리 없는 가르침>으로 은상을, 2023년도에는 <누구에게나 있을 창도름>으로 금상을 수상하였던 이력이 있을 정도로 인문학적 소양이 뛰어나며 꾸준히 글쓰기를 이어가는 본교의 인재로 다음과 같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 본교 김민영 학생의 대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번에도 특별히 작품을 출품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 수상소감과 함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우선 축하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실 올해는 저를 비롯한 의대생들에게 정체의 시기이지만, 또 한 편으론 의학의 의미에 대해 차분히 되짚어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의학이라는 길 위에서 우리는 종종 진료 기록 너머의 삶과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지만, 당장 눈 앞의 시험과 발표 준비에 무뎌져 덮어버리는 감정들이 수십 개는 훌쩍 넘을 것입니다. 이번 글을 통해 그러한 순간들을 돌아보며, ‘라이트 모티프(Leitmotif)’라는 주제로 우리의 삶 속에 자리 잡은 작은 연결 고리들을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제가 수필을 썼기 때문에 내용이 독특해 보일 순 있지만, 실습을 해 본 대한민국의 모든 의대생들이라면 익숙한 이야기들일 것이라 장담합니다.

Q 수필 제목의 ‘라이트 모티프’가 작품 곳곳에서 여행에서의 경험, 정신과 학생실습에서의 라뽀, 장미를 선물하며 환자의 행복을 기도하는 마음 등으로 잘 드러나서 인상깊었습니다. 예비 의학도로서 ‘라이트 모티프’가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A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만남과 나눔 속에는, 오스트리아 빈의 파란 눈을 가진 아저씨가 건네준 파란색 방수 가방처럼 뜻밖의 순간들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그 가방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제 하루하루를 지탱해주는 ‘행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은 저에게 하나의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제가 만났고 앞으로 만나게 될 환자들과의 순간 역시 그들의 삶 속에서 작은 ‘라이트 모티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바람은 저 자신에게도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환자들과의 이야기와 순간은 저에게도 소중한 라이트 모티프가 되어 계속 떠오릅니다. 그러면 지금 제가 쌓고 있는 지식 하나하나가 미래에 더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공부를 계속하게 됩니다. 동시에, 바쁜 일에 치여 환자를 단순히 ‘사람’이 아닌 ‘케이스’로 보게 되는 의사가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이러한 태도는 의학도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삶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제가 부담 없이 베풀 수 있는 선의는 나누려고 하고, 때로 까칠하거나 불친절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들의 하루 혹은 삶이 얼마나 고됐을지 헤아려보며 지나가게 됩니다.

Q 수필의 첫 문장에서 ‘처음으로 기약 없는 방학, 필요한 물건들만 챙겨 떠나야 했다’라는 부분이 우리 이화의대 학생들에게도 와닿는 문구인 것 같습니다. 이 시간을 어떻게 스스로 이렇게 잘 채워나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유일하게 여러 번 읽은 책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입니다. 그 중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자네를 계속 낚아채 가는 커다랗고 알 수 없는 보편적인 힘에다가 하나의 섬세하고 작은 자신의 힘이 더해지는 것을 발견하네.’

열다섯 살에 처음 읽었을 때는 그저 지나쳤던 문장이, 스물셋, 해부학을 한창 공부하던 시절에 마음속 깊이 박힌 이유는 내가 알 수 없는 커다란 힘에 이끌려 다니고 있음을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저를 비롯한 또래들이 성인으로서 져야 하는 책임은 있지만, 그럴 만한 경제적, 심적 여유가 부족한, 아직 불완전한 존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작은 힘을 섬세히 더해가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그 커다란 힘에 휩쓸려 어디로든 떠밀려 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입니다.

어려운 현실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또 아무것이라도 하면 무언가 일어나긴 하지만, 그것이 정말 ‘아무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관을 가지려고 애쓰며 뭐라도 해보면 분명 얻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모든 감각을 곤두세워 느껴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소하게는 안 먹던 연근, 당근, 애호박, 그리고 브로콜리를 먹어보는 일부터, 해녀의 피가 흐르는 제주도 여자이면서도 물이 무서워 못하던 수영을 배우는 일, 앞 뒤 생각하지 않고 여행도 가보고, 하고 싶었던 공부도 해보는 중입니다. 내가 모르던 세상을 경험해보기 위해 카페, 커피차, 호텔 연회장, 과외, 영어학원 조교 등 온갖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낀 것들을 메모장에 휘갈겨 적고, 수필로 써보며 정리하고 있습니다. 말에 두서가 없었지만 결국 여러 경험들이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틈틈이 돌아보며 살아가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제 내면을 섬세하게 더해가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4학년 권나현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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