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교원 인터뷰
생리학교실 이지희 교수
국내 폐 손상 질환 및 염증 종결 분야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이지희 교수는 1984년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33기로 졸업하고 1990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약 30년간 이화의대 의학과 생리학교실 소속 교수로 재직해왔다. 이지희 교수는 미국 National Jewish Health(NJH)와 National Institute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NIOSH)에서 교환교수로 국제공동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2010년에는 조직손상 개선 기술 개발 연구의 선두 주자로서 조직손상방어연구센터(MRC)를 이끌었으며, 현재 이화의대 MRC 염증-암 미세환경 연구센터 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2008년과 2010년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는 기초연구 우수성과에 선정되었고, 2016년에는 기초연구 진흥과 기초과학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받았다. 2017년에는 우수한 연구성과를 보인 교수를 대상으로 하는 '이화펠로우'에 선정된 바 있다. 주요 연구성과로는 호흡기 및 면역분야 최우수 저널인 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 European Respiratory Journal, Cellular & Molecular Immunology, Mucosal Immunol, Sci Signaling, Cell Death & Disease 등에 교신저자로 논문이 등재되어 있다. 2025년 2월로 정년을 맞이하는 이지희 교수님과 퇴임 소감을 나누었다.
Q
퇴임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곧 정든 교실을 떠나시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1994년 9월,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의 교수로 처음 임용되던 날의 설렘과 긴장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느새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정년퇴임의 자리에 서게 되니, 감회가 새롭고 세월의 빠름이 새삼 느껴집니다. 이화에서 보낸 시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이었으며, 그 속에서 배운 모든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화여자대학교라는 소중한 터전에서 학문을 탐구하고,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며,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의 큰 축복이었습니다. 제게 주어진 이 모든 기회와 순간들이 결코 혼자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학문적 여정의 매 순간마다 따뜻한 격려와 든든한 지지를 보내주신 동료 교수님들, 열정과 호기심으로 함께해 준 의대 학부생과 대학원생들, 그리고 연구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묵묵히 지켜봐 주고 응원해 준 가족들의 사랑과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 가족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여러분과 함께한 시간들은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값진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교수로서 학생들과 학문적 호기심을 나누고, 함께 성장해가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이 모든 순간들이 제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입니다. 이제는 교단을 떠나 새로운 삶의 장을 열어가지만,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보낸 시간과 경험들은 언제나 제 안에 살아 숨 쉴 것입니다. 동료 교수님들과 학생 여러분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는 가능성을 펼치시기를, 그리고 무한한 성공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30년간 과분한 사랑을 받고 살아온 이 자리를 떠나며,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 모두의 앞날에 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Q
교수님께서는 폐 손상 질환 및 염증 종결 분야 연구의 권위자로서, 염증-암 미세환경 연구센터 소장도 맡고 계십니다. 교수님께서 연구하신 분야에 대한 소개와 이 길을 걷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A
저는 주로 폐 손상 질환과 염증 종결 기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이 분야는 인간 생명을 위협하는 다양한 질환의 병리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치료 전략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염증 반응은 생체 방어에 필수적인 과정이지만, 조절이 실패하거나 과도하게 지속되면 조직 손상과 암을 포함한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염증 과정의 조절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를 치료로 연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연구 과제입니다. 특히, 염증과 면역이 암의 발생과 진행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암의 미세환경에서 염증의 조절 및 상호작용을 탐구해 왔습니다. 이는 암 발생과 진행의 새로운 측면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이를 표적으로 하는 혁신적인 치료법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현재 염증-암 미세환경 연구센터 소장으로서, 저와 동료 연구자들은 염증 과정과 암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규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치료법 개발을 목표로 협력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연구 과정에서의 새로운 발견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연구자로서의 사명감을 더욱 고취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이 결코 제 개인의 노력만이 아닌, 함께 연구를 이끌어준 동료 교수님들, 헌신적으로 협력해 준 연구원들, 그리고 지속적으로 지원해 준 이화여자대학교라는 든든한 환경 덕분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이 분야에서 후배 연구자들이 저보다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큰 발전을 이루길 진심으로 기대하며, 제가 걸어온 길이 후배들의 학문적 여정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Q
교수님께서 하신 많은 연구들 중에서, 특별히 뜻깊었던 연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제가 수행한 여러 연구 중에서도 특히 뜻깊었던 연구는 2003년 미국 National Jewish Health에서 Dr. P.M. Henson 석좌교수 실험실을 방문해 연구팀과 함께 진행했던 공동연구입니다. 이 연구에서 사멸된 세포(apoptotic cells)의 탐식작용(efferocytosis)이 산화 스트레스에 의해 억제되고, 이로 인해 항염증 작용이 저하된다는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이 결과는 Journal of Immunology에 게재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귀국 후에는 이 새로운 개념을 폐 손상 in vivo 모델에 적용하는 후속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연구결과, 항산화제가 RhoA/Rho 키네이스 경로를 억제해 사멸된 세포 제거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폐 염증을 해소할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이 연구는 급성 폐 손상에서 efferocytosis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기존 가설을 반박한 중요한 성과로, 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에 게재되었으며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한, 이 연구는 2010년 기초연구 우수성과로 선정되었고, MRC 선도연구센터 육성사업에 선정되는 데에도 기여했습니다. 이 연구는 이후 폐섬유증 모델로 확장되어, 폐섬유증에서도 efferocytosis의 부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으며, 사멸세포 생체 내 주입함으로써 난치성 질환인 폐섬유증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전략과 분자 기전을 제시했습니다. 이 성과는 European Respiratory Journal에 게재되어, 난치성 폐질환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 중요한 연구로 평가받았습니다.
최근에는 efferocytosis가 종양 미세환경에서 암 관련 대식세포 및 섬유아세포(CAF)의 리프로그래밍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암 전이 억제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멸된 암세포를 활용한 대식세포 리프로그래밍 연구는 Cellular & Molecular Immunology에 게재되었고, 기술이전과 특허등록을 통해 연구 성과를 실용화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 연구를 발전시켜 암 전이 억제용 약학적 조성물을 개발했으며, 해당 성과는 Cellular & Molecular Immunology에 게재되었고 국내외 특허출원되었습니다. 또한, 한국연구재단 연구성과 보도자료에 소개되어 다양한 언론 매체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 모든 연구는 협력 연구자들과의 공동 노력과 지속적인 지원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이 새로운 치료제 개발과 임상 적용의 토대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Q
교수님께서는 본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신 만큼 이화와 함께한 추억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학생, 그리고 교수님으로서 이화 교정에 오래 머무르며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A
이화의대는 저에게 단순히 학문을 배우는 공간을 넘어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한 특별한 장소였습니다. 학생 시절, 처음 의학을 배우며 밤늦게까지 도서관에 머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교정 어딘가에서 친구들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누며 학업의 고단함을 달래고, 의학이라는 길을 함께 걸으며 서로를 응원했던 순간들은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시절의 추억은 따뜻한 위로와 격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향한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고,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이자 축복이었습니다.
의대 교수로 임용된 후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는 의대를 졸업한 후배들을 의학박사로 양성하고, 특히 의전원 재학생들을 MD·PhD로 길러낸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후배들의 학문적 성취를 돕는 것을 넘어, 기초의과학자 및 의사과학자 양성을 통해 의학의 발전과 환자 치료의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들을 배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습니다. 특히 MD·PhD 과정 중에 학생들이 수행한 독창적인 연구가 제1저자 논문으로 게재되어 세계적으로 세포·면역학계의 주목을 받으며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았을 때 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이들이 앞으로 의학 연구와 임상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믿음은 깊은 자부심과 보람을 안겨줍니다.
Q
퇴임 후에 특별히 계획하고 계신 일이 있으실까요? 퇴임 후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A
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에 의과대학의 ‘염증-암 미세환경 연구센터’가 기초의과학 분야(MRC)에 선정되어 2027년 2월까지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퇴임 후에도 2년 동안 연구센터장으로서의 역할을 이어가며, 과학적 발전과 실용화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특히, 기초 ·임상의학의 유기적 협력 연구 성과인 혁신 기술에 대해 지적재산권 확보와 기술이전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연구 성과가 학문적 기여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미래 의학을 이끌어나갈 의대 학부생과 기초의과학 전공자들을 위해 연구 중심의 교육과 학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입니다.
후배들이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의학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멘토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고자 합니다. 퇴임 후에도 제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의학 연구와 교육의 발전에 계속해서 기여하겠습니다.
Q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계신 교수님은 저희 후배들에게 존경스러운 선배님이신데요, 마지막으로 이화의대 후배이자 제자인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여러분은 단순히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가를 넘어, 인류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나갈 미래 의학의 주역들입니다. 진정한 의사는 뛰어난 지식과 기술만 가진 사람이 아니라,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며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게 헌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의학이 발전하려면 기초의과학자와 의사과학자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기초의과학자는 의학의 근본을 탐구하여 혁신적인 치료법과 기술을 만들어내는 기반을 마련하고, 의사과학자는 환자 진료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통해 학문과 임상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이런 역할들은 개인의 성장 뿐 아니라, 의학과 보건의 미래를 이끄는 핵심적인 역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글로벌 시대를 살아갈 의사로서 국제적 시야를 갖춘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세계적 보건 문제를 이해하고, 협력과 소통을 통해 국제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역량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환자와 공감하는 따뜻한 마음을 꼭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앞날에 큰 성취와 행복이 함께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의예과 2학년 정서화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