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의학교육 138주년, 그 발자취를 따라서

지난 6월 19일, 학생 기자단으로서 학술 심포지엄에 함께하며, 과거의 발자취뿐만 아니라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화의대 선배들의 존재가 깊은 감동과 울림을 준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특히 외과계는 아직도 여성 의사들에게 ‘높은 장벽’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장벽을 먼저 넘어 후배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여준 이화의대 선배들이 있다.

이에 ‘학생들에게 한 마디!’라는 소주제로 외과계에서 자리매김해온 선배 여성 의사 세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은영 교수 (가천의대 길병원 신경외과), 신수민 교수(이화의대 흉부외과학교실), 윤하나 교수(이화의대 비뇨의학교실)가인터뷰의 주인공이다.

김은영 교수

이화의대 87학번으로 입학한 김은영 교수는 당시 이화의대 최초의 신경외과 여성 전공의였다. 수련 이후 이대목동병원에서 펠로우로 근무하였으며, 서울보훈병원 신경외과 봉직의, 미국 방문의사 과정을 거친 후 현재는 가천대 길병원에서 파킨슨병과 진전증 등 운동이상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며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교수님의 한마디 신경외과는 제가 의사가 되고자 결심한 때부터 전공하고 싶었던 과목입니다. 어렸을 때 저는 ‘리더스다이제스트’ 라는 월간지를 구독했는데 그 중 신경외과 의사에 대한 이야기에 유독 관심이 갔고, 뇌과학과 수술에 대해 매우 흥미진진하게 느꼈기 때문이죠. 제가 의대 재학할 당시에는 이화의대 출신이 신경외과 전공의가 된 경우가 없었고, 그 전까지는 타대에서 남학생이 오는 방식이었는데, 마침 목동병원이 건립되며 전공의가 2명으로 늘어나 제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신경외과 수련과정은 무척 힘들었지만, 수련을 마친 후 이대병원 펠로우까지 하였고 이후 미국에서 1년간 방문의사로서 심부자극술 수술을 접하며, 이후 길병원에서 펠로우와 교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자 의사로서 힘든 부분은 전공의나 펠로우의 연령이 대개 결혼, 임신, 출산, 육아가 흔히 이루어지는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력 단절의 문제로 대학에서는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교수로 남자 의사를 선호하지만,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신경외과는 여자의사가 전체의 1%이고, 가장 여의사가 많은 외과도 20%정도 된다고 합니다. 의대생 중 여학생 수가 40%를 이제 넘어가는데, 더 많은 여학생들이 외과계를 전공해야 남성 중심 이미지도 완화되고 의사 결정이나 정책 결정에도 영향이 미칠 것입니다. 스스로 생각할 때 신경계 공부를 좋아하고 손으로 하는 작업을 선호하고, 책임감 넘치고 성실하다면 신경외과 의사가 되십시오, 환영합니다.

신수민 교수

신수민 교수는 이화의대를 졸업한 뒤 삼성서울병원에서 16년간 수련과 진료를 거쳐 2022년 이화의대 흉부외과학교실 신임교수로 부임하였으며, 현재 이대목동병원에서 폐암 수술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교수님의 한마디 흉부외과는 힘들고 거친 분야라는 이미지와 달리, 폐암 수술은 여성들이 도전해볼 만한 분야 중 하나입니다. 수술 시간이 비교적 길지 않아 체력적인 부담이 크지 않고, 무엇보다도 흉부외과는 아직 진입자가 많지 않아 전문성과 경쟁력을 쌓기에 유리한 환경입니다. 물론 여성으로서 현실적인 어려움과 불리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만의 강점을 발휘하고, 입지를 만들어가는 보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후배 여러분께 감히 ‘괜찮다’고만 말씀드리기에는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준비된 만큼 기회가 열리는 분야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든든한 지지 체계를 구축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력을 쌓아가시길 바랍니다. 저희 선배들도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윤하나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비뇨의학교실 윤하나 교수(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과장)는 1999년 국내 최초로 여성 비뇨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이래, 여성 배뇨장애, 요실금, 과민성 방광, 만성 방광염, 골반통증, 여성 성기능 장애 등 여성의 민감한 비뇨기 질환을 전인적·다학제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교수님의 한마디 비뇨의학과는 남성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여성에게도 매우 밀접한 분야입니다. 성 관련 문제나 배뇨장애, 요실금처럼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고민을 가진 여성 환자들에게 ‘말이 통하는 여성 의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죠. 전공의 시절, ‘여자 의사에게 진료받기 싫다’는 말을 듣거나 간호사로 오해 받는 등 편견을 마주하기도 했지만, 결국 실력과 진실성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엔 ‘여자라서 힘들겠다’는 시선을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오히려 여성 의사라는 점이 장점이 되었습니다. 섬세함과 공감능력, 신뢰로 환자와 소통하는 방식이 의료 현장에서 중요한 힘이 된다는 걸 직접 느꼈습니다. 외과계, 특히 비뇨의학과 같은 소수 영역에 도전한다는 건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일이지만, ‘첫 번째’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이들에게 길을 만들어주는 가치 있는 일이에요. 피할 수 없다면 즐기세요. 또, 진료와 수술에만 머물지 말고 연구·교육·언론·국제협력 등 다양한 분야로 역량을 확장해보세요. 저 또한 40대 이후 피트니스 대회에 도전하며 생활습관을 바꿔, 환자들에게 더 설득력 있는 조언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의사도 자기 자신을 돌보는 전문가니까요.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멋진 후배들이 되길 바랍니다.

<의과대학 학생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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