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교원 인터뷰
김광호 교수


김광호 교수 외과학교실

김광호 교수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외과 수련을 마치고, 1994년 이대동대문병원 전임의를 시작으로 이화의료원과의 인연을 맺었다. 이후 조교수로 임용되어 동대문병원, 이대목동병원, 이대서울병원까지 의료원의 주요 거점을 두루 거치며 진료와 교육, 병원 운영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대목동병원장, 진료협력센터장, 의료원장 권한대행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며 이화의료원의 성장과 변화의 중심에 있었고, 특히 2019년 서울병원 개원 당시 핵심적인 기획과 운영 경험으로 병원의 안정적인 정착에 기여했다.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 위암·대장암 협진센터장 등을 역임하며 대장항문외과 영역에서 국내외적으로 권위 있는 전문의로 활약해왔으며, 최소침습수술, 로봇수술, 수술 후 합병증 예측 등 다양한 연구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는 등의 학문적 성과도 두드러진다. 30여 년간 환자 중심의 진료와 학술적 헌신을 이어온 김 교수는 이번 퇴임을 끝으로 이화의료원과 후학들에게 깊은 울림과 유산을 남기며 교단을 떠난다.

Q 퇴임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정든 교정을 떠나게 되시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저는 1994년 이대동대문병원에 전임의로 발령받은 뒤 1년 후 조교수로 임용되어 동대문병원, 목동병원, 서울병원을 두루 거친 몇 안 되는 의대 교수 중 한 사람입니다. 동대문병원은 지금 돌이켜보면 동대문 옆 언덕 위에 자리한 작고 아담한 병원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초의 대장항문클리닉이 있었기에, 모교에서 수련을 마치고 군 복무를 마친 후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교수진 수가 많지 않아 거의 모든 교수님과 직원들을 잘 알고 지내며 경조사도 함께 챙겼습니다. 이후 목동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목동병원장, 의료원장 권한대행을 역임하며 다양한 보직을 수행하는 동안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지금도 만나는 직원분들이 반갑게 인사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못하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작은 위안을 느낍니다. 2019년 서울병원 개원과 함께 서울병원으로 이직해 지난 6년을 보내며 마지막 봉사의 마음으로 당직도 서고 환자도 성심껏 진료했습니다. 다만 학생들을 더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코로나와 의정 갈등으로 마지막 4년간 학생들을 거의 만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Q 이화의료원에서 진료협력센터장과 이대목동병원장을 역임하실 정도로 이화와 함께한 시간이 더욱 뜻깊으셨을 것 같습니다. 이화의대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동대문병원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뒤 새로운 병원을 가능한 한 빨리 지어야 교수진과 직원을 비롯한 인력을 이직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울 시내에서 1,000병상 규모의 병원과 의과대학을 지을 부지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는데, 지금의 서울병원 부지가 나오게 되었고, 여러 대학병원이 눈독을 들이는 가운데 이화의료원이 그 부지를 확보한 것은 정말 천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SH공사로부터 병원 부지를 낙찰받아 목동병원으로 돌아오면서 새로운 병원을 상상하던 그 순간이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 위암·대장암 협진센터장을 역임하시며 대장암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하고 진료해 오셨습니다. 진료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환자나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A 이대동대문병원의 대장항문클리닉은 대한민국 최초로 박응범 교수님께서 설립하신, 대장항문질환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클리닉이었습니다. 단순히 수술 중심의 클리닉이 아닌, 대장내시경부터 약물치료까지 아우르는 통합 치료 센터였습니다. 덕분에 대한대장항문학회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었고, 박응범 이사장님에 이어 제가 이사장을 맡았으며 현재는 목동병원의 정순섭 교수가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보면 한 우물만 열심히 판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정년을 앞두고 제가 추적 관리하던 환자분들을 다른 교수님께 인계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환자분들이 제가 다른 병원으로 가면 본인도 따라가겠다며 섭섭함을 표하시고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마음이 아팠습니다.

Q 퇴임 이후에 특별히 계획하고 계신 일이 있을까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A 제가 결혼한 지 벌써 36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외과의사로서 하루도 병원 전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가족들과의 약속을 종종 지키지 못했고, 늘 병원 일과 학회 일이 우선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전적으로 아내가 제 생활을 이해하고 양해해 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젊은 의사들이 육아를 비롯해 가정일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것을 보면, 저는 참 편하게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누구의 주치의나 학회 간부가 아닌, 아내의 평범한 남편으로 살 계획입니다.

Q 예비 의학도로서 학업에 정진하고 있는 이화의대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제가 생각하기에 의학 공부에는 수학과 물리, 화학 같은 이과적 소양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을 이해하는 인문학적 소양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의대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이과 공부가 필수지만, 의사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을 치유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성적이 되어서 의대에 온 학생들도 있겠지만, 결국 의사가 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환자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지금 의정 갈등으로 많은 의대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입니다. 앞으로 의사가 되어 진료와 수련의 길을 걸으면서 정말 많은 시련을 맞게 될 텐데, 지금의 상황도 그 과정 중 하나일 뿐입니다. 기운내시길 바랍니다.

<의예과 1학년 김지윤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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