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교원 인터뷰
전혜진 교수
전혜진 교수 가정의학교실
전혜진 교수는 이화의대 졸업 후 석박사, 이대목동병원 전공의 및 전임의를 거쳐 2022년부터는 이대서울병원 웰에이징센터장으로, 2024년부터는 이화의료원 대외협력부장으로 가정의학교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2023년 대한가정의학회 학술상과 대한의학회 임상진료지침 우수평가상, 2024년 대한비만대사연구학회 포스터상을 수상하는 등 가정의학 분야와 일차의료 분야 관련 학술 및 연구에서 뛰어난 업적을 여러 차례 인정받은 적 있으며, 특히 웰에이징을 포함하여 노인의학 및 건강증진 분야의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또, 대한가정의학회 CME 특임이사, 대한기능의학회 총무이사와 간행위원, 대한의학회 임상진료지침 전문위원으로서 다수 학회에서도 주역을 맡고 있다.
Q
교수님 안녕하세요. 이화에 오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A 이화에 다시 돌아오게 되어 참 반갑고 따뜻합니다. 학생 시절부터 이화의대에서 배움을 시작해, 수련과 진료의 상당한 기간을 이화의료원에서 성장해왔기 때문에 이곳은 제게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삶의 중요한 기반이 된 곳입니다. 한동안 외부에서 다양한 임상 경험을 쌓고 다시 이화로 돌아오게 되었을 때, 익숙한 공간과 사람들, 그리고 이화만의 가치와 철학이 다시금 제 안에 자리 잡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환자 중심의 진료, 여성의 건강과 권리를 지키는 이화의 정신은 제 진료 철학과도 깊이 맞닿아 있어서, 돌아온다는 표현보다 ‘제자리로 돌아왔구나’라는 느낌에 더 가까웠습니다. 이제는 학생이나 전공의가 아닌 교수로서, 또 진료 책임자로서 이화에 기여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는 것에 큰 책임감과 감사함을 느낍니다. 제가 받았던 따뜻한 배움과 돌봄을, 이제는 후배들과 환자들에게 되돌려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늘 그래왔듯 앞으로도 이화의 전통을 이어가며 따뜻하고 통합적인 가정의학, 그리고 건강한 노화를 위한 웰에이징 의료를 실현해 나가겠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이화의대에서 학부생활을 마친 이후에 석·박사, 수련 모두 이화의료원을 거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화와의 깊은 인연과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저는 학부 시절부터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고, 이후 석·박사 과정을 거쳐 인턴, 전공의 수련, 전임의 과정까지 모두 이화의료원에서 보내며 의사로서의 뿌리와 성장을 이화와 함께 해왔습니다. 처음 이화에 오게 된 계기는 단순한 진학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화가 가진 철학과 따뜻한 공동체의 힘에 자연스럽게 이끌리게 되었습니다. 이화는 저에게 단순한 배움의 공간을 넘어, 의사로서의 방향성과 가치를 형성해 준 곳이기도 합니다. 7년 정도 외부에서 근무했던 시기에는 오히려 ‘이화인’이라는 정체성과 그 자부심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시기에도 이화의대 선배님들께서 각자의 자리에서 누구보다 멋진 활약을 하고 계셨고, 덕분에 저 역시 이화에서 자라난 사람으로 늘 따뜻한 시선과 큰 기대를 함께 받았던 것 같습니다. 여성에게 배움의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던 시대에, ‘여성도 교육받아야 한다’는 믿음으로 시작된 이화는 저에게 단순한 의학교육의 장을 넘어, ‘존엄한 인간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실천하게 해준 공간이었습니다. 늘 ‘환자 중심의 진료’, 그리고 ‘여성의 건강과 권리를 지키는 일’에 대해 고민하게 했고,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제게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이화의 인연은 어느 한순간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쌓인 신뢰와 애정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교수이자 의사로서 후배들과 환자분들께 제가 받은 것 그 이상을 돌려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진심 어린 진료, 따뜻한 교육, 그리고 선배들의 본보기를 마음에 새기며, ‘이화에서 배우고, 이화에서 돌려드리고 싶다’는 초심으로 이화의료원의 가치와 전통을 이어가겠습니다. 변화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도 여성 인재 양성과 통합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가정의학 실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현재 웰에이징센터장을 맡고 계신데요, 어떤 곳인지, 그리고 가정의학의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이화의료원 웰에이징센터는 ‘잘 나이 드는 삶(Well-Aging)’을 위한 통합진료 공간입니다.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인의 건강 상태, 생활 습관, 심리적 요인을 함께 고려해 전 생애에 걸친 맞춤형 건강 설계를 제공합니다. 우리 센터는 단순히 노화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존엄하고 건강하게 나이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의학적으로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 근감소증, 인지기능 저하의 조기 발견과 예방, 갱년기 건강 관리 등 생애 전반의 건강 문제를 통합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정신적·사회적 건강까지 포괄하는 전인적 접근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ROYAL Program(Rejuvenation Of Your Active Life)은 신체적·정신적 노화의 주요 요소를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개별 맞춤 치료를 통해 웰에이징을 실현하는 대표 통합의료 프로그램입니다. 신체가 나이 들면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부분은 주름과 피부 탄력 저하, 근골격계 불균형 같은 외적인 변화와 인지기능 저하, 스트레스, 수면 장애, 만성피로, 호르몬 불균형, 대사 이상 같은 내적인 변화로 구분됩니다. ROYAL 프로그램은 이러한 핵심 요소들을 의학적 근거 기반의 표준화된 프로토콜로 진단하고 치료함으로써 단순한 외모 개선을 넘어 전신의 균형과 활력 회복에 중점을 둡니다. 프로그램은 다음의 5가지 핵심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영역별 맞춤 진료에 더해 예방접종 및 건강검진 서비스를 연계해 적극적인 관리를 돕고 있습니다.
가정의학은 인간을 ‘질병’이 아닌 ‘사람 전체’로 바라보는 진료과입니다. 특정 장기나 질환에 국한되지 않고, 연령·성별을 초월해 전 생애를 아우르는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진료를 제공합니다. 가족력, 생활습관, 심리·사회적 요인까지 고려하며 ‘지금 이 순간’의 건강 뿐 아니라, 미래의 삶의 질까지 함께 설계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무엇보다 환자와 긴 시간 신뢰를 쌓아가며, 삶의 동반자로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제가 가정의학을 선택한 이유이자 가장 큰 보람입니다. 단순한 증상 치료를 넘어, 환자 개개인의 삶의 질과 건강 수명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ROYAL 프로그램은 곧 가정의학과의 철학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는 접근이며, 단기적인 개선보다 장기적인 건강과 회복 설계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우리 이화의대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이화의대에서 보낸 시간은 저에게 단순한 의학적인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의사로 살아가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만들어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지금 그 여정을 걸어가고 계시겠지요. 의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단순히 병을 고치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함께 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힘들고 지칠 수 있지만, 여러분이 이화에서 배우는 모든 경험은 결국 환자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힘이 될 것입니다. 이화는 단지 여성 의사를 양성하는 학교가 아니라, ‘환자를 중심에 두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의사’를 키우는 곳입니다. 그 전통과 자부심을 가슴에 품고, 흔들릴 때마다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를 떠올리며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선배로서, 또 교수로서 여러분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여러분이 이화의 이름으로 세상에 따뜻한 의학을 실천해주길 기대합니다.
<의학과 4학년 권나현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