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여의사 '문학'을 입다

'문학'으로 뭉친 여의사들, 신구세대간 소통과 공감

제 2회 청년여의문학상-청의예찬 대상 수상자 최윤형 동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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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의사회에서 주최한 제 2회 청년여의문학상-청의예찬에서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최윤형 동문이 대상을 수상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목동병원에서 인턴,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수련 후 펠로우 과정을 밟고 있는 최윤형 동문을 만나 수상작의 주제 선정 계기와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최윤형 선배님, 안녕하세요. 2023년 제2회 청년여의문학상에서 대상을 수상하셨는데, 축하의 말씀을 먼저 전합니다. 이번 청의예찬에 참가하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A 축하 감사합니다. 의학전문대학원 지도교수님께서 좋은 기회가 있으니 참여해보라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연락 주셨던 게 좋은 기회가 되어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Q 선배님의 수필 제목이 ‘의사가 직업인 환자’라고 알고 있는데, 수필 주제 선정 계기와 수필의 내용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A 글을 쓰기에 앞서 환자와 의사의 교감에 대한 메시지를 주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응급의학과는 타과에 비해 갑자기 예상치 못한 불행을 마주한 환자를 유난히 많이 보는 과이고 삶이나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 같습니다. 수련을 막 시작했을 때는 환자를 마주하며 감정이 상하는 일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환자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포용하게 되는 쪽으로 변화하는 시기에 놓여있어서 그것을 소재로 글을 썼습니다.
수필 내용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 드리자면, 제가 응급실 일을 벌써 6년째 하고 있는데 레지던트 3년차에 PSVT(발작성 상심실성 빈맥)가 생겨서 시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학생 때는 간단하게 배우고 경증이라고 생각했던 질병이 막상 환자의 입장에서 겪어보니 굉장히 큰 일이었습니다. 이처럼 의사의 입장에서는 가볍게 생각했던 일들이 환자에게는 매우 큰 일이었다는 것에 대해 제가 느낀 경험을 쓴 수필입니다. 예를 들면 갑상선암의 경우 대부분 완치되므로 의사 입장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수도 있는 일이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젊은 나이에 암을 진단받은 상황에 공감을 얻지 못하거나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상황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저도 직접 경험해보니 의료진의 입장과 환자의 입장이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Q 저도 평소 실습 중에 느낀 생각을 글로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으나, 막상 글로 적으려고하니 막막하고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평소에도 자주 환자분들이나 의료현장에 대해 느끼신 바를 글로 작성하시는 편이신지 궁금합니다.

A 네, 저는 평소에도 글로 자주 적는 편입니다. 의학전문대학원에 오기 전 하고 싶었던 선택지에 글쓰기가 있었기 때문에 글쓰기 교수님들께 제가 쓴 글을 보여드리고 잡지사쪽에 컨택도 하였지만 반응이 좋지가 않아서 그때부터는 혼자 글을 쓰고 읽거나 주변 친구들에게 피드백을 받기도 했습니다. 당장 눈 앞에 놓인 의학전문대학원 공부를 마치고 의사가 되고, 수련을 마친 후 눈 앞의 과업들을 이루고 나서부터는 글쓰기에 욕심이 더 생겼고, 틈틈이 글을 계속 쓰고 읽었습니다. 특히 힘들었던 전공의 1, 2년차 때는 그 날 보고 느꼈던 것들, 떠올랐던 생각들, 마음을 괴롭게 했던 것들을 글로 쓰면서 스트레스를 조절했던 것 같습니다.

Q 제 2회 청년여의문학상 동상 수상자 중 이화여자대학교 의학과 학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청년여의문학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후배 학생들에게 해 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A 네, 의학과 김송학생이 청년여의문학상 동상을 수상하여 함께 축하했습니다. 의학과의 경우 책 공부를 많이 하게 되는데 공부와 책 읽고 쓰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일인 것 같습니다. 문학적인 일을 좋아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훌륭하고, 결국에는 직접 써보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하나라도 제대로 쓰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의 경우 투고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전공의 때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어 제출하였을 때 지금 봐도 미숙하고 억지로 쥐어짜서 쓴 글이었지만, 초고를 쓰고 고치는 첨삭을 반복하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많이 쓰는 것도 중요하고, 하나라도 심혈을 기울여서 첨삭을 거듭하여 완성도 있는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정확한 표현의 단어를 쓰는 것이 중요하므로 사전을 잘 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는 재능도 중요하지만 내가 얼마나 끈질기게 붙잡고 노력하는지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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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과 3학년 박서영 학생기자>

제 13회 한국의학도 수필 공모전 금상 수상자
의학과 3학년 김민영 학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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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주최, 한국의사수필가협회가 주관한 제13회 한국의학도 수필 공모전에서 의학과 3학년 김민영 학생이 ‘누구에게나 있을 창도름’이라는 제목의 수필로 금상 수상하였다. 화자는 ‘창도름’이라는 음식에서 껍데기와 알맹이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포착하여 부모 자식 관계를 생각하고 뭇 인간관계로 나아간다. 음식을 잘 끓여 ‘배지근한’ 맛을 내듯 사람 간의 진솔한 대화와 교감도 깊고 따뜻한 맛이 우러난다. 이처럼 음식을 소재로 하여 인간에 대한 이해와 철학, 임상실습 을 통해 환자를 마주하며 느낀 의료인으로서의 본분과 사명에 대한 생각을 매끄럽게 펼쳐내었다.

Q 김민영 학생의 수상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수상소감 부탁드립니다. 의학과 1학년이었던, 2021년에도 한국의학도수필 공모전에 ‘소리 없는 가르침’이라는 작품을 출품하시고 수상하셨는데, 이번 글을 쓰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A 안녕하세요, 의학과 3학년 김민영입니다. 우선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학년 때는 첫 해부학실습에서 부끄러웠던 경험을 반성하는 글을 썼었습니다. 아직 의학을 이해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학생이지만 올해는 실제로 병원에서 환자들을 마주하며 의료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한 편으론 이번 글은 제가 언젠가 한 번은 꼭 완성시켜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던 알맹이였어서 애정이 컸습니다. 당신들께서 주시는 경험들이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한다는 부모님을 향한 감사이자 위로의 편지이기도 했습니다.

Q 수필 <누구에게나 있을 창도름>에서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는 아버지를 위로할 수 없었던 딸의 마음에 공감이 되어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한편으로는 수많은 이들의 연약함을 목도하는 의료 현장에서 그 마음을 유지하기란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실습을 돌면서 껍데기나 알멩이를 잃어 무너진 이들의 마음을 살필 수 있었던 민영 학생만의 마음가짐이나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사실은 저의 마음가짐보다는 환자분들과 교수님들의 말씀에서 저절로 배우게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글에 짤막하게 담은 것들 외에도 병원 안에는 아픔들이 무수합니다. 교수님 회진을 따라 돌거나 문진을 가보면 환자번호 8자리 케이스에 불과했던 것이 수십 년의 삶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분들을 위해 도울 수 있는 게 없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환자의 치료 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원, 퇴원 후 경과 관찰 방법을 환자 상황에 맞게 고려하고 계획하시는 교수님 말씀을 듣고 나면 내가 아픔들을 공감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환자들을 위해 의료인으로서의 이렇게 일을 해야 하는구나 깨닫게 됩니다. 시험, 발표 준비, 환자 파악 등등으로 밤을 새면 생각의 끈을 놓게 되다가도 다시금 마음을 잡을 수 있게 되는 이유입니다.

Q 평소에 글감을 떠올리시거나 글을 쓰실 때, 본인만의 글쓰기 루틴이나 방식이 있는지와 민영 학생에게 글은 어떤 의미인지도 궁금합니다.

A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저에게 울림을 준다면 메모장에 적어둡니다. 나중에 보면 앞뒤가 안 맞거나 너무 오글거려서 지우기도 합니다. 그 중에 기승전결로 만들어내고 싶거나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감을 골라서 이렇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수필로 씁니다. 지금 메모장에는 ‘2mm가 만든 38cm‘라고 적혀 있습니다. 우리나라 양궁 선수의 인터뷰 중에 수없이 연습해서 2mm 차이로 화살을 쏘면 과녁에는 38cm 차이로 꽂힌다는 말을 읽었는데, 그 미세한 각도 조절을 위해 흘렸을 땀을 생각하며 써두었습니다. 이렇게 작은 일도 그냥 써놓고 봅니다.
상투적일지 몰라도 글은 저에게 가장 확실한 자기 표현의 수단입니다. 최근에는 글을 좀 더 재밌게 쓰고 싶어서 표현에 대한 고민을 하는 편입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글 쓰는 데에 절대적인 시간이 적다는 것을 느껴서 이번 방학 때 조금 더 연습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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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과 3학년 최유빈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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