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교원 인터뷰
백희정 교수
백희정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32회 졸업생으로, 서울대학교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 후, 마취통증의학교실 소속 교수로서 의학전문대학원 자체평가위원회 총괄위원장, 이대목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과장 및 수술실장직을 역임한 바 있다. 세부 전문분야는 기도관리, 정맥마취, 중환자관리 및 뇌신경마취 등이며, 중환자의학 세부전문의 자격증과 통증고위자과정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대한산과마취학회 총무이사, 대한정맥마취학회 간행이사로 활동한 바 있으며, 대한마취통증의학회 학술이사, 대한마취약리학회 홍보이사, 대한마취약리학회 국제협력이사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했다. 2024년 2월 정년퇴임을 맞이하는 백희정 교수와 퇴임소감을 나누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Q
퇴임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곧 정든 교실을 떠나게 되시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4년 만에 모교로 돌아와 전임의 및 임상강사로 3년, 그 이후 교수로서 23년 6개월을 마취통증의학교실에 몸담고 있으면서 학생 및 전공의 교육, 진료, 연구, 학내 봉사, 학회 활동 등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성과의 고하를 막론하고 지금까지 열심을 다 한 자신에게 칭찬해 주고 싶고, 부족한 점이 많은 저를 현재까지 사랑으로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같은 교실에서 동고동락하면서 저를 앞에서 이끌어 주시고 뒤에서 응원해 주신 선후배 교수님들, 의국원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Q
오랜 기간 본교 병원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로 근무하셨고, 의과대학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셨는데요, 그동안 보람찼던 경험이나 아쉬웠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A
저는 전공의 시절까지 포함하여 40년간 수술받는 환자의 마취를 해왔는데, 매우 드문 증례인 open cardiac massage, 양수색전증, 지방색전증후군, 다발성손상으로 인한 심한 혈액응고병증 환자에서 급성호흡부전으로 인한 심정지 등등을 직간접으로 경험하였고, 이 중에서 마취로부터 각성 도중에 지방색전증후군으로 인한 급성호흡부전이 발생한 30대 남자 환자를 이대동대문병원 중환자실에서 밤을 새워가며 recruitment maneuver와 기계환기요법으로 살려낸 것과 이대목동병원 수술실에서 마취 중 급성호흡부전과 심정지가 발생한 다발성손상환자에서 heparin-free veno-venous ECMO 시행만이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려 17세 여자 환자를 소생시키고 입원 128일 만에 합병증없이 완전히 회복시켜 퇴원시켰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보람 있는 진료 경험이었습니다.
마취통증의학과는 학생들과의 만남이나 접촉이 제한적인 과이지만 매년 지도학생을 배정받아 지도학생들과의 모임을 지속적으로 하여 교수 및 의사로서의 경험을 함께 나누고 선후배 간의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할 수 있게 했던 것이 참 좋았습니다. 또한 의학전문대학원 체제일 때 입학관리부장직과 자체평가총괄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 대학에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이 매우 보람찬 일이었다고 회상합니다. 다만 통합과정 강의 중에 소량의 강의 시간과 1주일 정도의 짧은 임상실습으로 학생들과의 만남이 적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Q
교수님의 마취통증의학과를 선택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전문분야인 뇌신경 마취의 구체적인 역할 또한 궁금합니다.
A
집안의 어른이자 내과 교수이셨던 이모부께서 “마취과가 마취, 통증, 중환자의학 등 전문분야가 다양하고 앞으로 전망이 밝다” 라며 추천해 주셨습니다. 제가 전공과를 선택할 1983년에는 마취과가 인기가 없었고 그때부터 약 20년간 전공의 T.O를 못 채울 정도로 인기가 없었는데, 요즘 마취통증의학과 지원이 많은 것을 보니 그분의 선견지명이 놀랍습니다.
뇌신경 마취 분야는 신경외과 수술을 받는 환자에게 최적의 마취와 회복을 제공하기 위한 마취관리를 하며, 마취제의 기전 및 뇌보호작용을 탐구하고 마취제와 뇌파와의 관계 규명을 통해 마취심도를 측정하는 감시장치의 개발, 운동유발전위와 체성감각유발전위와 같은 신경생리학적 검사를 통한 수술중 신경계 감시 등 광범위한 기초 및 임상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는 분야입니다.
Q
교수님의 후배인 의과대학 학생들, 특히 마취통증의학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캐나다 의사이자 현대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며 존스 홉킨스 의대를 설립한 윌리엄 오슬러 (William Osler, 1849-1919) 경은 오늘의 삶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어제와 내일을 차단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하라” 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삶이 모여 우리의 인생이라는 작품이 완성됩니다. 그러므로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오늘의 삶에 집중하고 충실하기를 바랍니다. 저는 “의사는 천재 정도로 머리가 너무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고 성실하고 정직하며 환자에 대한 사랑을 가슴에 품은 사람이어야 한다” 고 생각합니다. 의사 중에서도 특히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는 이에 더하여 환자나 환자 가족, 그리고 외과계 의사들이 노고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수술 환자의 마취와, 통증으로 고생하는 환자의 치료를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함으로써 보람을 느끼고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또한 마취통증의학과는 외과계의 내과 의사로서 마취와 통증 진료 외에 중환자의학, 심폐소생술, 마취약리 및 주술기 의학(perioperative medicine) 등 진료 및 연구 분야가 매우 광범위한 매력 있는 전문과목이므로 학생 시기뿐만 아니라 수련의 시절에 마취통증의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풍부한 경험을 해보기를 바랍니다.
<의학과 3학년 최유빈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