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월 만에 문 연다’ 백령도 산부인과에 나타난 구세주
오혜숙 동문(24기)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봉사하는 것 뿐입니다.”
오혜숙(24기) 동문은 2년 8개월간 비어있던 서해 최북단 백령도의 백령병원 산부인과 과장에 자원했다. 산부인과를 운영하다가 200㎞나 떨어진 외딴 타지로 떠나는 것이지만, 오혜숙 동문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라며 외려 쑥스러워했다. “대단치 않다”는 오혜숙 동문의 말과 달리 백령도 주민들은 “산부인과 의료 공백기가 드디어 끝난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백령병원은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의 유일한 병원으로, 주민(5590명)과 군인, 군인 가족 등을 합쳐 1만여명이 사는 백령도의 의료를 책임지며, 산부인과는 2001년 개원 이후, 봉직의가 근무한 건 2015년 7월부터 약 1년 간이 전부다. 나머지 기간은 취약지역 보건소 등에서 군 복무를 대신하는 공중보건의가 산부인과 진료를 봤다. 그나마 2021년 4월 근무하던 공보의가 근무지 변경을 신청해 백령도를 떠난 뒤엔 이마저도 끊겼다. 산부인과가 사실상 휴업 상태인 사이에 백령도에선 임산부 27명이 출산했다. 2022년 7월에는 닥터헬기를 타고 인천 가천대 길병원으로 응급이송된 위기 산모도 있었다. 2001년 백령병원에서 산부인과 공보의로 일했던 의사가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백령도 사정을 알렸는데, 우연히 소식을 접한 오혜숙 동문의 등장으로 32월에 걸친 구인난과 산부인과 공백이 간신히 풀렸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