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교원
정구용 교수

alt 정구용 교수 외과학교실

정구용 교수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생으로, 1988년 이대 동대문 병원에서 외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다. 장기이식 전문가인 정 교수는 1997년 이대 동대문병원에 조교수로 임명, 2004년에 목동병원으로 교수로서 이동, 2014년 주임교수로 임명되었으며, 40년간 이화에 몸담아 왔다. 또한 정 교수는 대한외과학회 총무(1988), 대한정맥학회 회장(2016), 대한혈관외과학회 회장(2020)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였으며, 이대 목동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정 교수를 주축으로 이루어졌다. 2023년 8월 정년퇴임을 맞이하는 외과학교실 정구용 교수와 퇴임소감을 나누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Q 퇴임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곧 정든 교실을 떠나게 되시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수련의 시절부터 세어 보면 햇수로 40년을 보낸 교실입니다. 마침표 찍기가 쉽지 않은 세월입니다. “마침내”, “드디어”, “결국은” 같은 부사들만 떠오릅니다. 길든 짧든 우리 교실을 거쳐간 많은 분들이 떠오르고 긴 역사 속에 계속 성장하는 교실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Q 오랜 기간 본교 병원에서 외과 의사로 근무하셨고, 의과대학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셨는데요, 그동안 보람찼던 경험이나 아쉬웠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A 장기이식 분야는 이식 수술 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임상 분야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환자를 돌보게 됩니다. 1995년 우리 병원에서 처음 신장이식 수술 한 환자를 비록 수년 전에 재이식을 하였지만, 지금까지 건강하게 일상생활하는 모습을 보며 병원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조금은 행운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학생, 전공의들과 만나면서 그들의 외과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들을 보며 지내온 것도 물론 보람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과 열정에도 불구하고 외과 의사로서의 삶을 쉽게 선택하지 못하게 만드는 변하지 않는 현실 상황이 몹시 아쉽습니다.

Q 올해 8월 말에 퇴임을 하시는데 특별히 계획하고 계신 일이 있을까요? 퇴임 후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으신 지 궁금합니다.

A 무언가를 나누는 게 늘 좋았는데 그렇게 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그렇게 살아가야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서혜부 탈장 수술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제게 주었고 덕분에 이 분야에 관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분야에서 알게 된 것들을 후배들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외의 분야에는 가지고 있는 재주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나누려면 가진 게 있어야 하므로, 나눌 수 있는 무엇이든 배워보고자 합니다.

Q 2016년 명의로 소개된 인터뷰에서 교수님의 말씀 중 “장기이식은 대가 없는 순수한 나눔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라고 하셨는데 인상이 깊습니다. 7년 전과 비교한 지금 우리 사회에 이러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장기이식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의료인으로서 해야 할 노력이 궁금합니다.

A ”대가 없는 순수한 나눔”이라는 말을 어떤 맥락에서 꺼냈는지 확실하게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대가 없는”이라는 말 속에서의 “대가”란 “물질적인 대가”만을 이야기한 듯합니다. 즉, 인간은 “물질적인 대가” 만이 아니라 “정신, 심리적인 대가”도 하나의 가치로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답변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런 대가 없는 희생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나눔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내면화되어 개인적 가치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는 뜻으로 이야기한 듯하고 실제로 환자들과 대화할 때 그렇게 말합니다. 통계 데이터로 장기 기증하시는 분의 손실과 희생을 말해주고 이 손실과 희생이 그 개인이나 가족에게 가치 있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물론 이 손실과 희생이 기증자 개인과 가족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눕니다. 7년 전에 비해 현재 뇌사자 장기기증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장기 기증이라고 하는, 전 생물계에서 유례없는 독특한 현상이 인간 문화를 특징짓는 현상이 되려면 “물질적인 대가”라는 것을 뛰어넘는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조직 장기 기증원이라는 기구가 있어서 이러한 방향으로 잘 안내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장기이식은 긍정적 되먹임이 일어나는 분야이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갈수록 이식수술도 더욱 활성화되리라 믿습니다.

Q 교수님의 가르침을 받은 학생들이자, 교수님의 후배인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바람이다” 서정주 시인의 시를 이리저리 잘 인용하는데, 의과대학 학생들에게는 “의사를 키우는 것은 팔 할이 환자다” 라고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저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이 화를 내실 거 같은데, 잉태를 시킨 것은 선생님과 선배 의사들이지만 진정한 의사로 성장시키는 것은 환자라고 생각합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배태 기간이 긴 것처럼, 모든 첨단과학의 산물을 응용해야 하는 의사의 배태 기간은 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태어나서 제대로 걷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너 혼자 큰 거 같지?”, 우리 부모님들이 자식에게 하는 말이 이렇게 다 똑같습니다. 오래 걸리지만 향기 짙은 꽃으로 성장하기 바랍니다.

<의학과 3학년 최유빈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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