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진교수 인터뷰

이화 신진 펠로우 송태진교수 심층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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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본교 의과대학 신경과학교실 송태진 교수(이대서울병원 신경과)가 신진 이화펠로우에 선정되었다. 신진 이화펠로우는 최근 5년간 국제 특A급 이상 논문을 다수 발표하고 우수한 연구실적을 거둔 신진 교수에게 연구와 학문 활동을 장려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제도이다. 20년 가까이 신경과 전문의로서 길을 걷고 있는 송태진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교수님께서는 신경과를 전공하시고, 현재 뇌졸중, 뇌경색, 두통 등을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연구하고 계신데, 이 길을 걷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의과대학 학생시절부터 신경과학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뇌의 특정 부위와 신경학적 증상이 연관되어있고, 뇌가 인체 전반을 통제하는 것이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뇌졸중은 소위 골든타임 질환으로 시간/분/초를 다투는 질환입니다. 제가 인턴일 때, 신경과 전공의 선생님들이 초급성 뇌졸중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자 직접 환자 침대를 끌고 다니시면서 열성을 다해 환자를 치료하시는 모습, 의식도 없고 마비도 심했던 환자분이 혈전용해 치료를 받고 좋아지시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고, 그때부터 뇌졸중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나 뇌졸중은 제가 열심히 하면 환자가 극적으로 좋아져서 환자와 보호자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질환이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두통은 가장 흔한 신경과 질환이지만 만성화되면 치료가 매우 어렵습니다. 난치성 두통의 원인을 찾고, 적절한 약제 투여와 수면습관의 조절로 수년간 고생하시던 환자분의 두통을 해결했을 때의 보람과 성취감으로 두통환자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많은 논문을 발표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어떤 것인가요? 또는 앞으로 더 연구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으시다면 어떤 분야인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로는 국책과제로 수행하고 있는 구강건강과 전신질환과의 연관성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질병부담이 큰 질환은 심뇌혈관 질환입니다. 이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고혈압, 당뇨병 등 여러 전신질환들이 있는데, 이런 질환들은 한번 발병하면 완치가 불가능하여 예방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런 질환 중 당뇨병, 뇌졸중의 발생과 구강건강의 관련성에 관심이 있어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연구를 진행하였고, 결론적으로 양치질만 잘해도 당뇨병, 심방세동, 뇌졸중, 위장관계 암 등을 예방할 수 있음을 최초로 확인하였습니다. 이 논문들은 각각 분야별 상위 1% 혹은 IF 10점이 넘는 논문에 개제되었고, 제가 이번에 이화펠로우에 선정된 것도 이 연구 덕분입니다. 난생 처음 뉴욕타임즈에 영어 인터뷰도 해보았구요. 앞으로 더 연구해 보고 싶은 분야는 장내마이크로바이옴과 뇌질환의 연관성에 대한 것입니다. 소위 Gut-Brain Axis라고 하는데, 여러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이 장에서 생성될 때 장내미생물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이 밝혀졌고, 최근에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저는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나노소포/엑소좀을 이용하여 뇌졸중/심방세동/심부전/만성콩팥병을 제어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데 아직 걸음마 단계 수준이라 이 분야에 대해 더 심도있게 연구하고자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연구활동 뿐만 아니라 특허출원도 하셨는데요, 연구가 특허출원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사실 제가 특허를 많이 출원한 사람은 아니라서 조심스럽습니다. 제가 출원한 특허는 마이크로바이옴으로 뇌졸중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특허들과 뇌졸중 환자에서 음성패턴으로 삼킴장애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저는 주로 새로운 방법론을 발견하게 되면, 아이디어의 개념을 정립하고 내부/외부 검증(internal/external validation)이 성공적으로 입증되면 특허로 출원하고 있습니다. 특허는 사실 아이디어만으로도 낼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도전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는 AI기반 영상분석이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들도 많이 진행하셨는데요, 의학계에 AI가 현재 어디까지 관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제가 해왔던 AI 연구는 뇌졸중 환자의 언어장애를 치료하는 인공지능기반 디지털 치료제 개발입니다. 이번에 이와 관련한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고, 앞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차세대 AI 과제인 explainable/multimodal AI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저는 의학에 있어 AI의 도입은 시대의 흐름이자 대세라고 생각합니다. 의료계에 AI가 도입된 후 심전도 파형만으로도 심정지 발생을 수시간 전에 예측할 수 있게 되었고, CT나 MRI 판독에도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는 이렇게 질병을 진단할 때 의사를 보조하는 데에 머물러있지만, 항후에는 스스로 질병을 진단하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AI, 더 나아가 의학계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판단을 내놓는 AI가 개발되어 의료영역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교수님께서 연구하고 계시는 뇌졸중은 환자의 삶이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입니다. 그만큼 진료나 연구를 하시다가 책임이나 부담을 느끼신 때가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교수님과 같은 길을 걷고자하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부족한 부분이 많아 저와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해드릴 수준은 안되는 것 같습니다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시라는 것입니다. 저도 인간인지라 뇌졸중 전공하면서 밤새는 일이 허다하고 낮/밤 가리지 않고 응급환자를 진료하다보니 지치고 힘들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하고 싶어서, 우리 이대서울병원을 방문하시는 뇌졸중 환자의 치료만족도와 예후를 대한민국 최고로 만들고 싶어서 이 일을 하다보니 힘든 것은 금방 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의과대학 학생들은 한분 한분이 여러모로 아주 뛰어난 분들이십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각자의 위치에서 대가가 되어 있으실거라 확신합니다.

<의학과 2학년 정상현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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