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소식
최영아 동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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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의 슈바이처' 내과의사 최영아 동문 (44기), 제10회 성천상 수상
20여 년간 노숙인 위한 인술 펼쳐온 공로 인정

2022년 7월 4일 최영아 동문(44회 졸업생)이 제10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성천상은 JW그룹의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에서 수여하는 상으로, 음지에서 묵묵히 인류 복지 증진에 공헌한 의료인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최영아 동문은 지난 20여 년 간 노숙인을 위한 인술을 펼쳐 온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에는 자랑스러운 이화인상을 수상하였고, 올해에는 제 10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이번 제10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되심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저는 하던 일을 계속해오는 거라서 저의 삶을 충실히 살아갈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번 수상을 통해 학교 교수님들을 비롯한 많은 의료인 선후배님들이 많이 기뻐해주셔서 저에게도 뜻깊게 다가오는 상이 되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2년 전 기자와 진행한 의과대학 소식지 인터뷰에서 ‘바보짜장’과 MOU를 체결하여 smile box 2008이라는 이름으로 도시락 배달사업을 계획중이라고 하셨는데요, 잘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전부터 계획했던 smile box 2008은 ‘바보짜장’과 협업하여 현재는 식당으로 자리를 잡았고 덕분에 노숙인과 외국인 노동자 등 여러 사람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현장에서 하는 식당은 매장 운영이 어려워서 저희도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어요. 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방향을 모색하다가 온라인 쇼핑몰에 ‘빼빼유니짜장’이라는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도 주문해서 요즘 먹고 있는데 맛있더군요. 이렇게 온라인 플랫폼으로 돌파구를 찾았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서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이 저희 사업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과도기에 있는 것 같아요. 노숙인들을 그룹 홈에서 임대주택으로 연결해주는 과정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도 만만치 않더군요. 지난 2년동안 코로나와 여러가지 이유로 저희도 마냥 쉽지만은 않은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정말 오랫동안 많은 노숙인들을 도와주셨는데요, 이 과정에서 만난 인연들도 다양할 것 같아요.
지금까지 만나온 환자분들 중 대부분은 돌아가셨어요. 살아계신 환자 대부분은 이전에도 저에게 진료 받으러 오다가 현재 제가 근무하고 있는 시립병원으로 따라오신 분들이에요. 의료보호 1종에 해당되셔서 외래진료나 입원진료로 다일천사병원에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저를 찾아주고 계신 환자분들도 계세요. 마더하우스나 회복나눔네트워크를 통해서 같이 사업을 계획하고 꾸려나가는 분들과는 같이 봉사하는 동역자의 관계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이 중에서 같은 교회 멤버가 된 분들도 계시는데, 이렇게 만난 모든 분들과 앞으로도 같이 만들어나가고 싶은 일들이 많습니다.

선배님께서 운영하고 계신 비영리 단체도 노숙인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제도적, 경제적 한계에 마주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속적으로 지원하고자 할 때에는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정부에서 노숙인에게 지원하고 있는 정책들이 궁금합니다.
제가 이 일을 처음 시작하던 2001년도에는 노숙인들이 정말 많았는데요, 그 당시엔 공공기관보다는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노숙인들에게 무료진료를 제공했어요. 물론 그때도 시립병원은 있었지만, 아주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만 응급차를 타고 병원에 들어갈 수 있었고 가서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죠. 2004년부터는 서울역과 영등포역에서 노숙인들에게 ‘노숙자증’ 이라는 것을 발급해주었어요. 이곳 의료진으로부터 받은 진료의뢰서로 공공병원에서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노숙인들은 우리나라 국민으로 여겨지지 않았어요. 주민등록상 전입이 되어있지 않아서 어느 동에도, 어느 시에도 소속된 사람이 아니었죠. 하지만 2010년에 그런 사람들이 무료진료를 받을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만들어졌어요. 그후 노숙인들은 공공 의료기관에서 이전보다 당당히 치료받을 수 있게 되었죠. 노숙인들을 도와주는 여러 정부기관들이 생기면서 주민등록 전입 후 3개월이 지나면 임대주택도 신청할 수 있게 도와주었고, 노숙인이 입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과 지원주택도 이전보다 많이 늘어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노숙인 환자들 관리수준은 외국과 비교했을 때도 상위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선배님처럼 의료 취약지역에 봉사하는 의사가 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환자 곁에 있는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엄마가 아이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처럼 의사도 환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환자들이 앓고 있는 신체적 질병이나 정신적 질환들을 가까이에서 보았던 것이 저에게는 좋은 훈련이 되었고, 그 경험들이 모여서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도 기회가 된다면 국경없는의사회 등을 통해서 외국에서 여러 질병들을 앓고 있는 다른 환자들을 경험하고 싶어요. 취약계층의 환자들을 진료하고 싶으신 후배님들은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시게 된다면 다양한 취약계층 환자들을 만나실 수 있을 거에요. 기회가 된다면 해외의 다른 나라들, 특히 경제적으로 빈곤한 나라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다양한 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만나면 이후에 취약계층 환자들의 진료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의학과 2학년 정상현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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