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학교실 조영주 교수

퇴임교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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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토피 · 천식 분야 최고 명의로 꼽히는 조영주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33기로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전임의, 서울아산병원 생명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미국 아이오와대학, 뉴욕 업스테이트병원 방문교수로 지내온 바 있다. 이화여대 의과대학에서는 알레르기내과 조교수(1993-1998)로 시작하여 2003년부터 현재까지 내과학 교실 정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시 아토피 · 천식교육정보 센터장(2009-2012),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직을 거쳐 학회장을 역임했으며 2020년부터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아토피 · 천식 예방관리 사업 활성화를 위해 헌식적으로 노력해왔다. 조영주 교수는 그 공을 인정받아 ‘2023년 아토피 · 천식 예방관리 심포지엄’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이대목동병원 내과과장(2000-2004), 고객만족실장(2008-2013), 이화의료원 기획조정실장(2013-2015)을 역임하며 이대서울병원 건축 사업을 추진했고 서남병원 제 3대병원장(2015-2017)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화여대와 이화여대부속 병원의 역사를 함께한 조영주 교수는 2024년 8월로 정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에 직접 만나 뵙고, 퇴임 소감을 나누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Q 퇴임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정든 교실을 떠나게 되시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1993년 9월 목동 병원의 개원과 함께 의과대학 교수로 일을 시작한지 30년이 지났네요. 목동병원 개원부터 지금까지 정말 새벽부터 밤까지 피곤도 잊은 채 환자분들을 진료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며바쁘게 지내왔네요. 모두들 이쯤 되면 ‘세월이 너무 빠르다’가 제일 먼저 떠오르죠. 저 역시 세월이 빠르다는 느낌과 무엇보다 그동안 이화에서 너무 감사한 시간들을 보냈다는 마음입니다. 여기까지 오도록 이끌어주신 스승님, 선배님, 동료 제자들의 모습 그리고 믿고 따라준 환자들이 떠오릅니다. 다만 요즘 너무나 보고 싶은 우리의 제자들을 해결의 기미가 안보이는 긴 터널 안에 두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막히고 어쩔 바를 모르겠습니다.

Q 교수님께서 아토피와 천식 분야에서 권위자로서 여러 기관의 직위도 맡으시고 2023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상까지 수상하셨습니다. 그동안 보람찼던 경험이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여쭙고 싶습니다.

A 제 학생, 전공의 시절에는 알레르기 과목이 없었습니다. 전공과목을 정할 때, 하고 싶은 과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공부를 하고 공부한 대로 환자들을 진단하고 치료하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연구를 통해 조금이라도 풀 수 있다는 점에서 내과가 가장 매력적이었습니다. 내과의 여러 분과 중에 배우진 않았지만 면역학을 기반으로 연구를 할 수 있는 과가 알레르기라는 생각에 무작정 서울대 김유영 과장님께 알레르기 및 임상면역학을 하고 싶다며 전임의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2년간 전문의로서 전념한 적도 있었습니다. 워낙 알레르기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 수가 적어서 나름 학회에서 일을 맡기가 수월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학회 이외에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 창단 멤버로 환자를 포함한 일반인들에 대한 교육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협회와 서울시 그리고 질병청이 설립한 서울시아토피센터를 맡아 보건소와 학교의 선생님들 교육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회에서는 회장을 맡아 학회를 대표하기도 했고 학회 잡지의 편집장으로써 기여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이화여대의 위상을 올리는데 약간은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지금도 제자들이 알레르기학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대 1호 알레르기 학자로써 자부심이 생깁니다. 믿고 따라준 제자들이 고마울 뿐입니다.

Q 교수님께서는 이화여대 의과대학 33기 졸업생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이화여대 의대 학생으로서, 그리고 교수님으로서 오랫동안 이화 교정에 머무르며 기억에 남는 특별한 에피소드나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A 제가 처음 교수를 시작할 때 교과 과정을 개편하자는 학장님의 의욕에 여기저기 교육받으러 다니면서 PBL 과 TBL을 처음으로 도입했습니다. 이 과정들이 이제 자리 잡고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학생들이 임상실습을 나와 제 외래진료를 참관하면 그 환자의 경우를 바탕으로 증례 토의를 합니다. 제 수업에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들어주고 최선을 다해 결과물을 준비해주는 모습에 보람도 느꼈으나, 한편으로는 수면시간을 줄이며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에게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Q 올해 퇴임을 하시는데 특별히 계획하고 계신 일이 있을까요? 퇴임 후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A 퇴임하고 쉬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그 후에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임상의로써 봉사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아니면 해외로 나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 해볼까 등 아직 생각이 많습니다. 이제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못했던 일들을 조금씩 실천해보고자 합니다. 갑자기 생긴 여유에 아직 정리를 못하고 있습니다.

Q 교수님의 가르침을 받은 학생들이자, 교수님의 후배인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의사는 인성과 친절함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식과 정보가 결여 된다면 모두 소용이 없어지는 참 무거운 직업입니다. 몰라서 실수했다는 것이 허용이 안됩니다. 국민들은, 환자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살아갈 길은 일단 실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그 바탕에는 우리의 인생의 질과 가족의 행복을 잘 설계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해내기 위해선 건강 또한 너무 중요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이나 취미 하나 정도는 꾸준히 하시기 바랍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감 있게 인생을 설계하시기 바랍니다. 언젠가 좋은 날이 오기만을 기다려봅니다.

<의학과 1학년 홍서영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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